詩는 영혼을 두드리는 힘이 있어요...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았을 저녁입니다』 배성희 시인 인터뷰

아무리 아름다운 문장도 스스로 공감하지 못하면 내 언어가 아닌 거죠.

김소은 기자 승인 2022.08.25 00:12 의견 0

[북토리매거진 · 김소은 기자]

누구나 마음속에 詩 하나쯤은 품고 산다고 합니다. 여러분에겐 시 한 편 품을 빈 곳이 안에 있나요? 이 물음에 차분히 답을 해 줄 것 같은 배성희 시인님을 만났습니다. 시집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았을 저녁입니다』로 14년 만에 우리 곁에 다시 선 배성희 시인님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았을 저녁입니다』 배성희 시인

배성희 시인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시 쓰는 배성희 입니다.

이번에 출간 된 시집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았을 저녁입니다』, 이 시집에 대한 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차라리 비라도 내렸으면 좋았을 저녁입니다』 는 첫 시집 <그들의 반란> 이후 14년 만에 내놓은 저의 신작 시집입니다. 1부 (가을, 겨울) 2부 (봄, 여름) 으로 나누어 사계절의 흐름대로 자연스럽게 구성했습니다.

14년 만에 발표하신 작품을 기다리셨던 분들이 많으실 것 같아요. 글을 쓰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작품의 소재를 얻는 곳이 다르다고들 하는데요. 시인님은 글의 영감을 어디에서 주로 얻으시는지 궁금합니다.

제 경우에는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글감을 얻는 편입니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잠든 고양이를 바라보거나 밥을 짓고 쓰레기를 버릴 때도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걸 재빨리 잡아채는 거죠.

그렇게 일상 속 작은 것들에서도 글감을 얻으시는 시인님의 글을 읽었을 때, 저는 어느새 ‘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요. 특히 어휘의 선택과 표현력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시인님만의 작품을 쓰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가슴 먹먹하게 느끼셨다니 기쁘고 감사합니다. 특별한 노하우라기보다는 체화를 거치지 않은 표현을 경계하는 편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리 아름다운 문장도 스스로 공감하지 못하면 내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모르는 감정으로 타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건 불가능한 것 같아요.

시인 배성희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는 글에는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시(詩)’라는 장르를 선택하고, 작품을 쓰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집니다.

어릴 때는 소설을 쓰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단편 소설을 몇 편 써보기도 했는데 짧고 은유적인 시가 제 성향과 더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제가 계획적이고 인내심이 강한 편이 아니거든요.

그렇군요. 시인님의 sns를 보면 손글씨로 직접 시 작품을 올리며 독자들과 소통을 이어가시는데요. 타이핑이 아닌, 손글씨로 작품을 쓰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일단은 제가 좀 아날로그 적인 인간이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시는 산문과는 달리 번개처럼 스쳐지나가는 시상을 붙들어야 하기 때문에 책상 앞에 앉아서 노트북을 켜고 할 시간이 없어요. 그리고 종이에 펜으로 글을 적다 보면 문장의 배열이라든지 리듬, 균형 같은 부분이 시각적으로 잘 정리가 됩니다. 아, 물론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왠지 그렇게 말씀하시니 작품이 더 깊이 와 닿는 느낌이 있어요. 이렇게 손글씨로도 쓰시는 ‘시詩’라는 문학 장르가 시인님에게 주는 삶은 무엇이길래 이렇게 시를 사랑하시는지요?

몇 년씩 글이 안 써질 때도 있었지만 시를 제 삶과 따로 떼어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좀 우스운 얘기지만 요즘은 잘 때도 시를 생각해요. 내가 시에게로 가거나 시가 나에게로 오거나 아니면 둘 다이거나, 그런 거죠.

주무실 때도 시를 생각하신다니 정말 시를 사랑하시는 마음이 너무나 잘 느껴지는데요. 시인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시와 시작 노트로 이루어진 에세이 시집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시를 설명한다기보다는 그 시를 쓰게 된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를 독자와 나누고 공감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에세이 시집, 벌써부터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 지는데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독자 여러분께 많이 선사해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오늘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독자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시는 영혼을 두드리는 힘이 있습니다. 닫힌 마음을 열게 하고 아픈 상처를 다독이지요. 제 시가 누군가에게 그런 울림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를 사랑해 주시는 분들께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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